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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동향 및 분석

트럼프의 관세 정책 대전환: 스마트폰·반도체 산업 관세 면제

by 현명한 로젠 2025. 4. 14.

미국 관세청(CBP)이 2025년 4월 11일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통해 스마트폰, 반도체,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 대한 상호관세 면제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관세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루어진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 애플, TSMC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한숨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국익을 고려한 이번 결정이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이것이 관세 전쟁의 향방에 무엇을 시사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면제 결정과 그 범위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면제는 현재 적용 중인 관세가 아닌, 앞으로 부과될 상호관세에 대한 면제입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이 발표한 문서에 따르면, 2025년 4월 5일 오전 12시 1분 이후 수입되거나 반출되는 특정 HS 코드 제품들은 행정명령 14257에 따른 보복 관세에서 제외됩니다.

대상 품목은 라우터와 일부 컴퓨터·노트북, 스마트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 약 20개 품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세 면제 품목의 핵심 코드를 살펴보면 8471(컴퓨터 및 단위기기), 8486(반도체 제조 장비), 8517.13(스마트폰), 8542(IC칩, 전자집적회로) 등이 포함됩니다.

이는 최근 현대자동차가 백악관을 방문해 30조원 상당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부문에는 여전히 25%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인 것과 대조적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IT 및 반도체 분야만을 선별적으로 면제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국익을 위한 선택: 아이폰과 엔비디아 사례

트럼프 행정부가 특정 품목에 대해 관세를 면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의 부담을 고려한 결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이폰 가격 폭등 우려 해소

애플의 아이폰은 중국에서 90% 가량 생산됩니다. 2024년 전 세계에서 판매된 아이폰은 약 2억 3천만 대에 달하며, 미국 시장에서만 약 7천만 대가 소비되었습니다. 만약 중국산 제품에 대한 125%의 관세가 적용된다면, 현재 1,199달러(약 171만원)인 아이폰 16 프로맥스의 가격이 2,697달러(약 385만원)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소비자들이 해외여행을 통해 아이폰을 구매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오히려 자국 내 소비를 줄이고 해외로의 자본 유출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인도와 중국에 있는 아이폰을 급히 미국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수십 대의 전세기를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엔비디아와 반도체 생태계 보호

엔비디아는 최근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달성한 기업입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팹리스 기업으로, 설계는 자체적으로 하지만 실제 생산은 100% 해외에서 이루어집니다. 만약 관세가 부과된다면, 최근 출시된 RTX 5090 같은 그래픽 카드의 가격이 270만원에서 500만원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미국 내 AI 산업과 스타트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소입니다. 엔비디아의 제품이 게임뿐만 아니라 AI 학습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이들의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같은 기업들에게도 관세 혜택을 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관세 면제의 혜택을 누리는 기업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관세 면제로 인한 주요 수혜 기업으로 삼성전자, 애플, TSMC 세 곳을 지목했습니다. 각 기업이 받는 혜택을 살펴보겠습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반도체 동시 혜택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40%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만약 관세 면제가 없었다면, 90일 후에는 베트남산 갤럭시 스마트폰에도 46%의 관세율이 적용될 예정이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는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며, 반도체 제조 장비도 이번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약 500만 명에 달하는 주주를 보유한 삼성전자는 관세 전쟁으로 인한 매출 감소 우려가 줄어들면서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애플: 생산 기지 다변화의 시간 확보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 물량의 90%를 생산하고 있어 관세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는 기업이었습니다. 이번 면제 조치로 중국산 아이폰에도 상호관세가 면제되어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애플과 같은 기업들이 가능한 한 빨리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면제 조치는 애플에게 생산 기지를 다변화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TSMC: 미국 내 투자 지속 가능

대만의 TSMC는 삼성전자와 함께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장비가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됨으로써 미국 내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TSMC는 특히 엔비디아의 주요 파트너로서, AI 반도체 생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이번 결정의 수혜를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세 전쟁의 향후 전망과 투자 전략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관세 면제 결정은 미국의 국익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지만, 동시에 관세 전쟁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중 관세 전쟁, '치킨게임'에서 한발 물러서나

미국이 중국에 125%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같은 수준의 맞대응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 간 '치킨게임'이 격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면제 조치로 인해 미국에 들어오는 중국 수입품의 약 22%를 차지하는 전자 및 반도체 관련 제품이 관세 적용에서 제외됨으로써 양국 간 긴장이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14일)에 더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관세 정책의 변화 추이를 볼 때 현재의 강경한 기조가 장기간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불확실성은 여전...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는 "핵심적인 기술의 제품을 중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상호관세 외에도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관세 면제 조치가 영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지 새로운 조치가 취해질 수 있으므로, 기업들은 여전히 생산 기지 다변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

관세 전쟁으로 인한 주가 하락은 일부 우량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 애플, TSMC와 같은 관세 면제 혜택을 받는 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모멘텀을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당장 월요일에 주가가 급등하리라 기대하기보다는, 관세 전쟁으로 인한 매출 감소 우려가 완화됨에 따라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현재의 시장 불확실성이 오히려 좋은 기업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경제적 현실이 가져온 관세 정책의 유연성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면제 결정은 강경한 관세 정책이 현실적인 경제 상황과 충돌할 때 나타나는 정책적 유연성을 보여줍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에 대한 관세 면제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한 현실을 인정한 결과입니다.

관세 전쟁이 단기간에 종료되지는 않겠지만, 이번 결정은 경제적 현실이 정치적 수사를 제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정책 변화의 흐름을 주시하며, 시장의 과도한 반응이 만들어낸 투자 기회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