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불과 이틀 만에 뉴욕 증시 시가총액 6조 6000억 달러(약 9600조원)가 증발하며 헤지펀드들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의 마진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장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트럼프 상호관세 발표의 충격과 시장 반응: 예상을 뛰어넘은 충격파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4월 2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상호관세 정책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평가를 받으며 즉각적으로 3일과 4일 뉴욕 증시를 폭락세로 몰아넣었습니다. 트럼프는 "공정성을 위해 미국에 부과하는 게 무엇이든 상대국에도 똑같이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수입관세의 경우 추후 상호 관세에 더해 추가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본 관세 10%는 4월 5일부터 발효되었으며, 한국을 포함한 60여개 국가에 부과되는 상호관세는 4월 9일부터 발효됩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4월 10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34%의 '맞불 관세'를 시행하는 등 전 세계가 무역 전쟁의 격랑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상호관세의 평균 실효세율은 23% 이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했던 1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 시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틀 만에 증발한 9600조원: 역사적인 시장 하락의 규모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후 단 이틀 만에(4월 3~4일) 뉴욕 증시의 시가총액은 6조 6000억 달러(약 9600조원)가 증발했습니다. 특히 4월 4일의 뉴욕증시 하락폭은 2020년 3월 '팬데믹 쇼크' 이후 가장 컸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정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습니다. S&P500 역시 '조정국면'을 넘어서 약세장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이는 뉴욕 증시가 팬데믹 봉쇄 당시 폭락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1주일을 보낸 결과입니다. 채권 금리는 이틀째 급락세를 이어갔고, 국제 유가도 연이틀 폭락하며 4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습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글로벌 무역 전쟁을 촉발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헤지펀드들이 직면한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의 마진콜: 2020년 코로나19 위기에 버금가는 충격
주가 폭락의 여파로 헤지펀드들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월스트리트 은행들이 고객사 헤지펀드들에게 더 많은 증거금을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부 대형 은행의 이 같은 마진콜 규모는 2020년 3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팬데믹을 맞아 미국에 봉쇄령을 내리면서 증시가 폭락했던 때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한 주요 은행에서 헤지펀드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담당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부문 간부는 "(국채)금리, 주식, 석유 모두 급격히 하락했다"면서 이런 금융 시장 폭락세 와중에 마진콜 역시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로는 이렇게 시장이 요동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안전자산까지 매도되는 특이 현상: 금값 3% 급락의 원인
일반적으로 시장 불안 시기에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지만,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금값마저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2025년 4월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3,024.2달러로 전장보다 2.9% 하락했습니다. 금 현물 가격은 이날 미 동부시간 오후 3시 30분 기준 온스당 3,025.09달러로 전장보다 2.8% 하락 거래됐으며, 장중에는 온스당 3,015달러선까지 저점을 낮추기도 했습니다.
이는 마진콜에 몰린 헤지펀드들이 증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안전자산인 금마저 매도했기 때문입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의 귀금속 담당 애널리스트 수키 쿠퍼는 헤지펀드들이 "마진콜을 맞추기 위해" 귀금속을 내다 팔면서 금 가격이 하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금의 경우 마진콜에 대응하는 유동자산 성격이 있다"며 "위험 이벤트가 벌어진 이후 금을 매도하는 것은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금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려할 때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로 본 헤지펀드 매도세의 실상: 2016년 이후 최악의 날
모건스탠리 프라임 브로커리지 팀이 발표한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상호관세 충격이 본격적으로 시장을 덮친 4월 3일은 미국 주식 헤지펀드들에게 최악의 하루였습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추적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최악의 기록입니다. 이들 헤지펀드가 보유한 종목들은 평균 2.6% 하락했으며,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이날의 헤지펀드 매도세는 역대 최악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매도세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투매와 2023년 미 지역은행 위기 당시 매도세와 견줄 정도였으며, 특히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6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기술주를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최근 5년간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매도세로, 특히 인공지능(AI) 하드웨어 관련 기술주에 매도가 집중되었습니다.
레버리지 급락과 포지션 청산의 악순환: 순 레버리지 42%로 추락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의 대규모 매도세로 인해 미국 주식 헤지펀드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 투자에 나서는 정도를 나타내는 '순 레버리지'는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약 42%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이는 헤지펀드들이 자신들의 포지션을 급격히 축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주가 급락은 담보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현지에서 매도세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헤지펀드들은 자산 하락률이 5%에 달하면 포트폴리오 매니저(PM)의 운용 한도를 제한하고, 10%에 도달하면 해고하는 리스크 관리 내규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리스크가 높아지면 일단 포지션을 줄여 대처(현금화)할 수밖에 없어, 매도가 매도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MMP 헤지펀드의 역할과 시장 변동성 증폭: 3660억 달러 규모의 영향력
최근 시장 변동성 증폭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멀티 매니저 플랫폼(Multi-manager platforms, MMP) 헤지펀드'의 행보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양각색의 헤지펀드 매니저를 고용해 하나의 법인체 형태로 자금을 굴리는 투자 군단으로, 2024년 6월 말 기준 운용잔고가 3660억 달러에 달합니다.
MMP 헤지펀드들은 기본적으로 롱-숏 플레이를 버무려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마켓 중립' 전략을 취하지만, 군단 내 종목과 섹터 선정, 투자 행태에서 닮은 꼴이 늘게 되면서 2023~2024년 시장을 주도했던 빅테크 주식에 집중적으로 롱(매수) 포지션이 쌓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세로 뉴욕증시가 내리막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2월 하순부터 이들의 포지션에서 역회전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상반된 투자 행보: 5조원 규모의 '묻지마 투자' 논란
미국의 관세 정책 충격에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일명 '서학개미')은 오히려 매수세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3월 5일~4월 3일)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총 39억 4688만 달러(약 5조 6768억 원)에 달했습니다. 특히 최근 일주일(3월 27일~4월 3일) 동안에도 11억 650만 달러(약 1조 6171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 열기를 이어갔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 기간 서학 개미들이 레버리지 상품에 대거 베팅하며 위험한 투자를 늘렸다는 것입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3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상장지수펀드(ETF)(SOXL)'를 4억 5592만 달러(약 6663억 원)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1위에 이름을 올렸고, 이어 테슬라에 9910만 달러(약 1448억 원), 엔비디아에 9494만 달러(약 1397억 원)를 투입하며 고위험 기술주에 투자를 집중했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경기침체 확률 60%로 상승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JP모건의 브루스 카스만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 노트에서 "올해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이 40%에서 60%로 높아졌다"고 분석했으며,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보복 관세는 미·중 무역 갈등의 장기화를 시사하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미국에서 조립 차량에 사용되는 모든 수입 부품에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산업 전반에 260억 달러(약 37조 원)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차량 한 대당 평균 3285달러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파월 의장의 경고와 안전자산 흐름의 변화: 엔화 가치 상승 전망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있으며, 골드만삭스는 안전 자산인 엔화 수요가 급증해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40엔 초반 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 자산 시장은 트럼프 관세전쟁 우려로 패닉 상태에 빠져있으며, 금 외에도 다양한 안전자산의 흐름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암호화폐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전통적인 안전자산과 대체 자산 사이의 흐름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대응 전략과 시장 전망: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 부각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에 집중하기보다 리스크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단기 수익에 집중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는 현 시점에서 매우 위험할 수 있으며, 분산 투자를 통한 리스크 축소가 중요합니다. 또한, 관세 충격으로 인한 시장의 급락은 일부 종목들에 대한 진입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글로벌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이행 과정과 각국의 대응, 그리고 이로 인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며 신중한 투자 접근이 요구됩니다. 특히 자신의 투자 성향과 위험 감내 수준을 고려한 자산 배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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