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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제

유산취득세 도입: 75년 만의 상속세 체계 대개편과 국민 세부담 감소 효과

by 현명한 로젠 2025. 3. 15.

정부가 2025년 3월 12일 발표한 유산취득세 방안은 1950년 상속세법 제정 이후 75년 만에 이루어지는 상속세제의 대대적인 개편입니다. 이번 개편은 기존의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며, 상속인이 실제로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됩니다. 이로 인해 과세표준 구간이 상속인 수에 비례해 낮아지게 되어 누진세율 체계에서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관련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4월 공청회를 거쳐 5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입니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2028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입니다.

 

유산취득세란 무엇인가?: 기존 유산세와의 차이점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실제로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과세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현행 유산세는 피상속인(사망자)의 총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입니다.

두 제도의 핵심적 차이는 누진세율의 적용 방식에서 발생합니다. 유산세 방식에서는 피상속인의 전체 재산을 합산하여 그에 따른 누진세율을 적용한 후, 세금을 상속인들이 나눠 납부합니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각 상속인이 실제로 취득한 재산에 대해 개별적으로 누진세율을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이 30억 원의 유산을 남겼고 배우자와 자녀 2명이 각각 10억 원씩 상속받는 경우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현행 유산세 체계에서는 30억 원 전체에 대해 누진세율을 적용한 후 공제를 하게 되어 약 4억 4천만 원의 세금이 부과됩니다. 그러나 유산취득세 체계에서는 배우자는 10억 원 공제, 자녀들은 각각 5억 원씩 공제를 받은 후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과세되어 총 1억 8천만 원(자녀당 9천만 원씩)의 세금만 납부하게 됩니다. 이는 기존 방식보다 약 60% 세부담이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유산취득세 도입의 배경과 목적

유산취득세 도입의 가장 큰 배경은 상속세 과세체계의 합리화입니다. 현행 유산세 체계에서는 상속인의 수와 관계없이 피상속인의 총재산을 기준으로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실제 상속받은 재산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과세의 기본 원칙인 '응능부담'(납세자의 담세 능력에 따른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특히 자녀가 많은 가구일수록 세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자녀 1인 가구의 상속재산이 10억 원인 경우와 자녀 5인 가구의 상속재산이 50억 원인 경우, 1인당 받는 유산은 10억 원으로 동일하지만 5인 가구의 자녀는 1인 가구 자녀에 비해 약 4배 더 많은 상속세를 부담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불합리함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결정했습니다.

또한 국제적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24개국 가운데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에 불과하며, 독일, 일본, 프랑스 등 20개국은 이미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상속세 체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유산취득세의 주요 내용과 공제 체계

유산취득세 도입에 따라 상속세 공제 체계도 대폭 개편됩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일괄공제 5억 원과 배우자공제(최소 5억 원, 법정상속분 이내 최대 30억 원)를 적용해 왔으나, 유산취득세 체계에서는 일괄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인적공제를 대폭 확대합니다.

구체적으로, 자녀공제는 현재 1인당 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 인상됩니다. 직계존비속에게는 5억 원, 형제 등 기타 상속인에게는 2억 원의 공제가 적용됩니다. 배우자의 경우 법정상속분 한도 내에서 실제 상속분만큼 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최대 공제 한도는 현행과 같이 30억 원으로 유지됩니다.

또한 현행 면세점(10억 원)을 고려하여 최소 10억 원의 인적 공제를 보장하는 방안도 새롭게 도입됩니다. 이는 배우자가 법정상속분보다 적게 상속받더라도 최소 10억 원까지는 상속세 없이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자녀 2명과 배우자가 상속받는 경우, 최소 20억 원(배우자 10억 원 + 자녀 각 5억 원)까지 면세가 가능해집니다.

상속세율과 과세표준 계산 방식의 변화

유산취득세 도입 후에도 현행 상속세율(10~50%)은 유지됩니다. 그러나 과세표준 계산 방식이 변경되어 실질적인 세 부담은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현행 상속세율은 과세표준이 1억 원 이하인 경우 10%, 1억 원 초과~5억 원 이하인 경우 20%, 5억 원 초과~10억 원 이하인 경우 30%, 10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인 경우 40%, 3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50%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유산취득세 체계에서는 이 누진세율이 상속인 개개인의 실제 취득액에 적용됩니다. 따라서 총상속액이 같더라도 상속인 수가 많을수록 1인당 취득액이 줄어들어 적용되는 세율도 낮아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상속인들의 세 부담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또한 사전증여재산의 합산 기간은 현행과 같이 10년으로 유지됩니다. 다만 이제는 개별 상속인 및 수유자가 받은 증여재산을 기준으로 합산하게 됩니다.

유산취득세 도입에 따른 세금 부담 변화: 구체적 사례 분석

유산취득세 도입 시 실제 세 부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1: 총상속액 20억 원을 배우자(10억 원)와 자녀 2명(각 5억 원)이 상속받는 경우

  • 현행 유산세: 일괄공제 5억 원과 배우자공제 5억 원을 적용한 후 약 3억 5천만 원의 세금 부과
  • 유산취득세: 배우자 10억 원 전액 공제, 자녀 각각 5억 원 전액 공제로 세금 0원

사례 2: 총상속액 30억 원을 배우자(10억 원)와 자녀 2명(각 10억 원)이 상속받는 경우

  • 현행 유산세: 약 4억 4천만 원의 세금 부과
  • 유산취득세: 배우자 10억 원 전액 공제, 자녀 각각 5억 원 공제 후 나머지 5억 원에 20% 세율 적용하여 각 1억 원씩, 총 1억 8천만 원 세금 부과 (약 60% 세 부담 감소)
  •  

사례 3: 총상속액 50억 원을 배우자(20억 원)와 자녀 3명(각 10억 원)이 상속받는 경우

  • 현행 유산세: 약 12억 원의 세금 부과
  • 유산취득세: 배우자 20억 원에서 10억 원 공제 후 나머지 10억 원에 30% 세율 적용(3억 원), 자녀 각각 5억 원 공제 후 나머지 5억 원에 20% 세율 적용(각 1억 원), 총 6억 원 세금 부과 (약 50% 세 부담 감소)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인해 현재 6.8% 수준인 상속세 과세자 비율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연평균 2조 원 가량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유산취득세의 국제적 동향: OECD 국가들의 상속세 체계

앞서 언급했듯이 OECD 회원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24개국 가운데 20개국이 이미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유산취득세 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유산취득세 체계를 운영해 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속인의 실제 취득액에 따른 공정한 과세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 국가들은 1990년대 이후 대부분 유산취득세로 전환했습니다.

OECD와 IMF에서도 유산취득세가 상속인의 특성을 반영하고 부의 분산을 유도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유산취득세는 부를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기보다 여러 상속인에게 고루 분배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유산취득세 확정을 위한 법적 프로세스와 향후 일정

유산취득세가 정식으로 확정되어 시행되기 위해서는 일련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정부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일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첫째, 2025년 3월 중으로 유산취득세 도입을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입니다. 이는 법안의 기본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첫 단계입니다.

둘째, 2025년 4월에는 공청회를 개최하여 전문가, 이해관계자,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할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제도의 세부 내용이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셋째, 2025년 5월에는 최종적으로 정리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법안소위원회, 전체회의 등의 과정을 통과해야 합니다.

넷째,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2025년 내에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실제 통과 시기는 국회 일정과 여야 간 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섯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 서명과 관보 게재를 거쳐 정식 법률로 확정됩니다. 그러나 바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과세 시스템 구축을 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여섯째, 2026~2027년에는 유산취득세 과세 집행 시스템을 구축하고 필요한 추가 입법 및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됩니다. 이 기간 동안 국세청의 전산 시스템도 새로운 제도에 맞게 정비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준비가 완료되면 2028년부터 유산취득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소급 적용은 하지 않을 방침이므로, 2028년 이후 발생하는 상속 건에 대해서만 새로운 제도가 적용됩니다.

이러한 복잡한 법적 프로세스와 준비 기간이 필요한 만큼, 유산취득세가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논의와 검토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 간 이견이 있을 경우 일정이 지연되거나 내용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세 회피 방지를 위한 정부의 대책

유산취득세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조세 회피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발표되었습니다. 특히 위장분할과 우회상속을 통한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었습니다.

위장분할의 경우, 정부는 부과 제척 기간을 15년까지 연장하여 장기간에 걸친 탈세 행위도 추적하여 과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현행 10년보다 5년 더 연장된 기간으로, 상속취득재산의 명의자와 실제 귀속자를 사실과 다르게 분할해 신고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또한 우회상속에 대해서는 '우회상속 비교과세 특례'를 신설하여 대응할 계획입니다. 상속재산이 30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상속 개시 후 5년 내에 증여를 통한 우회상속으로 상속세 부담이 줄어든 것이 확인되면 추가 과세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 상속인이 전체 세금에 대해 지고 있었던 연대 납세 의무의 경우, 앞으로는 상속인 간 조세채권 확보가 어려운 경우 등 제한적으로만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각 상속인이 자신이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도록 하는 유산취득세의 취지에 맞는 조치입니다.

과세 대상 선정 시 상속인의 거주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되며, 사전증여재산에 대한 합산 기간은 현행과 같이 10년으로 유지됩니다. 다만 이제는 개별 상속인 및 수유자가 받은 증여재산을 기준으로 합산하게 됩니다.

유산취득세에 대한 비판과 우려점

유산취득세 도입에 대한 비판과 우려도 존재합니다. 가장 큰 비판은 이번 개편이 '부자감세'라는 지적입니다. 배우자와 자녀 공제가 대폭 확대되면서 고액 자산가들의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우자 상속세 완전 폐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이로 인한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은 2023년 기준 약 390명으로 전체의 0.1%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일부에서는 제도 합리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연간 2조 원 가량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데, 이는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상속세는 부의 재분배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세금인데, 세 부담 완화로 인해 이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됩니다.

이러한 우려들은 앞으로 입법예고와 공청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회에서는 여야 간 협상을 통해 부자감세 논란을 완화하면서도 제도의 합리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속세 체계 개편이 일반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

유산취득세 도입이 일반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인해 상속세 과세자 비율이 현재 6.8%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즉, 중소규모 상속의 경우 아예 세금을 내지 않게 되는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다자녀 가구의 경우 자녀 수가 많을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자녀 1인당 5억 원의 공제가 적용되므로, 자녀가 많을수록 총 공제액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는 기존 제도에서 자녀 수와 관계없이 일괄공제가 적용되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중산층 가구의 경우, 대부분 상속세 납부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20억 원 정도의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 2명이 나누어 상속받는 경우, 모두 공제 범위 내에 있어 상속세를 내지 않게 됩니다.

다만, 부의 세습과 불평등 심화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상속세는 부의 재분배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세금인데, 과도한 세 부담 완화가 오히려 부의 세습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유산취득세 도입은 1950년 상속세법 제정 이후 75년 만에 이루어지는 대대적인 개편으로, 상속인이 실제로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합리적인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중산층 가구와 다자녀 가구에게는 세 부담 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부의 재분배 기능 약화와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도 존재합니다. 앞으로 진행될 입법예고, 공청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어 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상속세 체계가 구축되길 기대해 봅니다.